EL-Safe 뉴스레터

 

 

 

 

최근 코로나 블루(Corona Blue)라는 말이 새로 나왔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이동에 제약이 따르고 사람들 간의 만남이 자유롭지 못하니 답답함과 우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이럴 때일수록 사회적 거리는 유지하되, 마음의 거리는 가깝게 만들어야 한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한적한 장소에서 산책하는 것도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는 방법의 하나이다. 대니얼 J. 레비틴은 그의 저서인 「석세스 에이징」에서 스코틀랜드 의사들의 재미있는 처방전을 소개하고 있다. 정신 건강 문제로 고생하는 사람에게 ‘산책과 새 관찰’이라는 처방전을 발급한다는 것이다. 이 처방이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자연 풍경 속에 있는 원시의 힘이정신을 위로하고 몸에 활기를 되찾아주기 때문이다.

 

 

 

 

지난 가을에 하동 쌍계사, 고창 선운사, 그리고 변산반도에 있는 내소사를 다녀왔다. 고즈넉한 사찰의 분위기는 지친 마음을 다독거리기에 좋은 곳이다. 코로나19로 산사를 방문하는 사람이 적어 평소보다 여유를 가지고 사찰의 구조나 건물의 세부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평소에 관심조차 없던 주춧돌도 보이기 시작했다. 쌍계사의 누문 초석, 선운사의 막돌 주초와 내소사의 대웅전 초석을 관찰할 수 있었던 것이 최대의 혜택이었다. 건물의 기초가 되는 것이 주춧돌이다. 주춧돌은 기둥 밑에 기초로 받쳐 놓은 돌인데 이를 초석(礎石)이라고 하며, 주초(柱礎)와 돌이 결합하여 우리 말 ‘주춧돌’이 되었다. 초석은 돌의 가공 여부에 따라 막돌초석(또는 덩벙초석)과 다듬돌초석으로 크게 나뉜다.
조선 시대 많은 건축물이 자연에서 채취한 적당한 크기의 막돌을 그대로 주춧돌로 사용하고 있다. 터를 반반하게 고르는 대신 터에 맞게 기둥의 길이를 달리하는 것도 특이하다. 강원도 삼척에 있는 죽서루에 가면 길이가 서로 다른 17개의 기둥이 건물을 떠받치고 있는데 이렇게 초석을 덤벙덩벙 놓았다고 해서 ‘덤벙주초’라고 불리기도 한다. 땅의 생김새에 따라 기둥의 길이를 달리하는 조상들의 지혜와 여유를 엿볼 수 있다. 자연석 위에 기둥을 세우려면 돌 생김새에 따라 기둥의 밑면이 가공되어야 한다.
돌의 굴곡면에 맞게 기둥의 밑면을 깎고 다듬어 맞추면, 주춧돌의 요철에 따라 기둥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도록하는 건축기술이 바로 ‘그랭이질(공법)’이다. ‘그레질’이라고도 하는 이 건축기법은 고구려 시대부터 전해오고 있다. 그랭이는 V자 모양의 도구로 천연석의 굴곡에 따라 기둥에 그리는 컴퍼스(Compass) 같은 연장의 이름에서 유래 되었다고 한다. 그랭이 한쪽 끝을 막돌주초 위에 놓고 다른 쪽 끝에 먹물을 묻힌 후 기둥의 옆면을 따라 한 바퀴 돌리면 주춧돌의 요철이 기둥에 복사된다. 목수는 이 복사된 선을 따라 기둥을 깎은 후 주춧돌에 세우면 된다. 시각적으로 보면 마치 기둥이 돌에 박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막돌주초는 자연재해 시 인위적으로 만든 주춧돌에 비하여 안정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2016년 9월 12일 진도 규모 5.8의 지진이 경주와 포항지역에 발생하였다. 불국사의 석가탑과 다보탑은 물론이고 불국사의 정면대 축단이 거의 손상이 없었던 것은 바로 막돌과 다듬어진 돌의 축조구조에 그랭이 공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자연재해에 대한 우리 조상들의 과학적 기술과 지혜가 놀라울 뿐이다.
우리 주변 곳곳에 안전을 위한 선조들의 지혜와 다양한 기술들이 산재해 있지만, 최신의 기술만을 집착하는 현대 사회의 풍조 때문에 옛 기술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 같다. 이제는 우리의 시각을 좀 더 높이고 넓혀 우리 환경에 맞는 우리의 독특한 안전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융합경영> 1월호에 김영기 이사장이 기고한 내용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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