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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가린 이파리를 모두 떨구고 맨몸을 드러낸 수천의 나무들이 현자처럼 버티고 선 겨울산. 봄을 기다리는 나무들을 보며 지혜와 겸허를 배우고 꽁꽁 언 계곡 깊숙이 흐르는 물소리를 마음으로 듣는 겨울 드라이브를 떠난다. 길은 끊어질 듯 이어지고, ‘그림바위’라 불리는 정선의 바위들이 차창을 따라온다.
글·사진 박성원(여행작가) 자료 제공 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구석구석 http://korean.visitkore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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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맞닿은 능선 담으며 한치마을에서 화암동굴까지
강원도 정선군 남면 사거리에서 정선읍을 향해 달리면 왼편으로는 정선읍으로 이어지는 기찻길과 작은 계곡이, 오른편으로는 민둥산의 끝자락이 감싸 돈다. 쇄재터널이 뚫리면서 이 길에 제법 많은 차량이 오가지만 예전에는 문곡교 건너 오른편으로 이어지는 약수길을 따라 한치고개를 넘어 정선읍으로 가는 이들도 많았다. 구수한 청국장 냄새가 배어나는 동막골, 피패골, 쑥밭재 같은 이름들이 아직도 남아 있는 고갯길이다. 번듯하게 아스팔트 포장이 되어 있지만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광은 오로지 겨울산과 시리도록 파란 겨울 하늘뿐인 한적한 길이다. 옛 기억을 간직한 사람들은 민둥산이 억새로 장관을 이룰 때 번잡한 도로 대신 이 길을 택해 민둥산으로 오르기도 한다.
멀리 펼쳐지는 겨울산을 마음에 담으며 느긋한 드라이브를 즐기다 보면 고갯마루에 그림처럼 자리한 한치마을에 닿는다. 산나물 채취와 고랭지 경작을 하며 살아가는 마을이다. 초등학교가 없어 1시간 넘게 걸어 남면까지 학교를 다녔던 아이들이 이제는 중년에 접어들어 고향을 찾는다. 땀을 한 바가지 흘려야 닿는다 해서 땀 ‘한(汗)’ 자에 우뚝 솟을 ‘치(峙)’ 자를 쓰는 마을 이름이 만들어졌다.
하늘과 얼굴을 맞댄 마을의 중심에는 수령 700년이 넘는 느릅나무 세 그루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지키고 있다. 실제로 느릅나무와 마을이 영화 <봄날은 간다>의 촬영지가 되기도 했다. 온 산자락, 온 세상에 호령하듯 당당한 풍채로 서 있는 고목이 추위에 웅크린 여행자의 어깨를 느긋하게 다독이는 듯하다.

전설의 화암약수를 지나 절경 끝에 만나는 화암동굴
한치마을을 지나 이어지는 내리막길이 끝날 즈음, 정선을 대표하는 경승지 화암8경 중 제1경인 화암약수를 만난다. 마을 사람이 꿈에 용 두 마리가 승천하는 것을 본 뒤 그 자리를 찾아가 파헤치니 바위틈에서 물이 솟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약수다. 철분과 탄산 성분이 많아 위장병과 피부병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화암약수를 지나면 그림바위, 화암(畵岩)이라는 명칭을 만든 절경들이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조각한 듯 예리한 선을 그리는 커다란 바위틈에 소나무 한 그루가 아슬아슬하게 서 있고, 그 밑으로 초록빛 수를 놓은 비단치마가 펼쳐진다. 거북바위, 용마소를 지나 화암동굴까지 가는 길에 따스한 겨울 햇살이 가득하다. 남면의 드라이브 시작점에서 화암동굴까지 약 15.5㎞다.

금 나와라 뚝딱! 금광을 찾아 북동마을로
화암동굴을 지나 오산교를 건너면 북동마을로 향하는 고갯길이다.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에 금광맥이 발견되어 1950년대 폐광될 때까지 금 채취가 이루어지던 마을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혹시 숨어 있을지 모를 금광맥을 찾아드는 사람이 있었을 정도라고 한다.
금광의 흔적을 찾아 북동마을로 향하는 고갯길에서 노다지처럼 여행자의 눈을 사로잡는 것이 있으니 바로 문치재다. 북동마을로 들어가는 문과 같은 존재라 해서 문치재로 불리는 열두 굽이 고갯길이다. 전망대 위에 서서 내려다보면 똬리를 틀고 앉은 뱀처럼 구불구불 이어지고 길의 끝이 아득한 점으로 보인다.
드디어 오지마을로 들어선다는 작은 흥분을 느끼며 고갯길을 내려서면 아담한 갤러리로 변신한 북동초등학교가 여행자를 맞는다. 이제는 폐교되어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없지만 절로 미소 짓게 하는 아기자기한 조형물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북동마을은 덕산기계곡의 최상류다. 길을 계속 이어가면 그림 같은 계곡을 따라 정선 읍내까지 닿을 수 있지만 사륜구동 차량이 아니면 갈 수 없는 계곡길이다. 오지 트래킹을 즐기는 여행자들은 살얼음 낀 계곡의 바위들을 즐기며 터벅터벅 걸어 덕우리마을로 나가기도 한다.

병방치 스카이워크에서 내려다본 풍경, 동강을 따라 달리다
정선읍에서 가까운 병방치 스카이워크(skywalk)는 아찔한 유리전망대 위에 서서 한반도 지형을 빼닮은 동강변의 풍광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명소다. 스카이워크 위쪽에서 짚와이어를 타면 단숨에 강변으로 내려설 수 있지만 느긋하게 차를 달리며 겨울 햇살이 내려앉은 동강의 풍광을 즐기는 드라이브가 특별하다.
병방치에서 내려와 용탄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길은 동강변으로 이어진다. 깎아지른 듯 우뚝 솟은 병방치가 한눈에 들어온다. 옛날 정선장으로 가려면 저 고개를 넘어야 했다니 오지마을 사람들의 삶이 그 높이를 가뿐하게 넘어선다.
옛 사람들의 걸음을 따라 굽이굽이 이어지는 좁은 강변길에는 갈대숲과 어우러진 모래밭이며 반짝이는 바위들이 겨울 풍광에 온기를 더한다. 조양강으로 불리던 물길이 이곳에서 동강이라는 이름을 얻고 영월 땅을 향해 나아간다.
강의 풍광이 눈에 익어 마치 길동무인 양 느껴질 무렵 가수리에 닿는다. 여러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자주 등장한 가수분교가 있는 마을이다. 단층 건물이었던 옛 가수분교의 모습은 볼 수 없고 번듯한 신축 건물이 들어섰지만 뛰어노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져 생기가 가득하다. 강물이 한눈에 들어오는 운동장 끝 느티나무 아래 서서 잠시 쉬어가도 좋다.
강물이 산자락 사이로 사라질 때까지 약 21km의 드라이브가 꿈같이 이어진다. 강물을 좇아 영화 <선생 김봉두> 촬영지인 예미초등학교 연포분교로 들어갈 수도 있지만 겨울에는 시도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아쉬운 마음은 굽이치며 돌아가는 물길이 한눈에 들어오는 나리소전망대에서 달래자. 가던 방향으로 계속 달리면 신동읍으로 이어지는 31번 국도와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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