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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의무

도덕의 영역을 대신한 법의 모습

 

자식이 태어나면 부모가 돌보고, 부모가 늙고 병들면 자식이 봉양하며, 아내 또는 남편이 아프면 그 배우자가 보살펴야 한다는 도덕사회의 불문율이 있었다. 그러나 근래의 뉴스를 보면 더 이상 이런 불문율이 통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버린 것 같다. 부모로서, 자식으로서, 배우자로서의 도리를 하지 않는 패륜(悖倫)의 자리에 법이 최소한도로 개입한 결과물이 바로 ‘부양의무’이다. 이번 호에서는 몇 가지 사례를 통해 도덕이 무너진 자리를 법이 어떤 모습으로 채워나갔는지를 살펴보자.


글 이은수(법무법인 ‘지우’ 변호사)

 

 

 

 

사례1

A녀는 B남을 만나 사귀는 도중 임신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B남은 임신사실을 알고도 A녀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 A녀는 아이를 낳았고,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온갖 궂은일을 하며 혼자서 아이를 키웠다. 10여 년 뒤 A녀는 암수술을 받았고, 이후 생계를 꾸리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반면, B남은 좋은 회사에 다니며 상당한 재산을 모았다. B남의 아이를 키워온 A녀는 B남에게 과거에 지출한 양육비와 향후 발생할 양육비를 청구하려고 한다.

 

부모는 자립하기 전의 자녀를 양육할 의무가 있고, 자녀는 혼자 힘으로 생활하기 힘들어지신 부모를 부양할 의무가 있다. 어쩌면 당연한 것처럼 보이는 부모 자식 간의 부양의무는 민법에도 잘 규정되어 있다. 대한민국 민법은 ① 직계혈족 사이에는 서로 부양할 의무가 있고 ② 부양의 의무는 부양을 받을 자가 혼자 힘으로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이를 이행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B남은 A녀의 남편은 아니지만 아이의 아버지임은 명백하다. 따라서 B남은 아이에 대한 부양의무가 있고, A녀는 B남에게 앞으로 발생할 양육비는 물론, 과거에 지출한 양육비도 B에게 청구할 수 있다. 양육비는 자녀의 연령, 지역별 편차, 소득수준 등을 고려하여 법원이 결정하는데, 과거 부양료의 경우 일시청구는 가혹하다는 이유로 상당부분 감액될 가능성이 높다.

 

 

 

사례 2

C녀는 남편과 사별하고 어렵게 살고 있다. C녀에게는 슬하에 자녀가 셋 있는데, 그 중 둘은 본인이 낳았고, 장남 D는 남편이 전처와 낳은 아들이다. D에게 C녀는 계모인 셈이다. 형편이 어려운 C녀는 자녀들에게 도움을 구하려고 하는데, 본인이 낳은 자녀들은 모두 형편이 어려워 도와달라고 하기 어렵고, 장남 D만이 부자다. C녀는 D에게서 부양료를 받고 싶다.

 

민법은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사이에도 부양의무를 인정한다. 이에 따라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부양할 의무가 있고(며느리는 시어머니의 직계혈족인 아들의 배우자이기 때문), 자식은 계모를 부양할 의무가 있다(계모는 직계혈족인 아버지의 배우자이기 때문).


그런데 직계혈족의 ‘배우자’에게 직계혈족과 같은 부양의무가 인정되는 것은 그 배우자가 직계혈족과 ‘같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계혈족이 사망한 경우‘에는 한 집에 살면서 생계를 같이 하지 않는 이상 부양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 결국 사례2에서 남편이 사망한 이상 C녀는 전처의 아들 D에게 부양료를 청구할 수 없다. 같은 이유에서, 남편이 사망한 미망인 며느리는 생계를 같이 하지 않는 한 시어머니를 부양할 의무가 없다.

 

 

 

사례 3

40대 이모씨는 불의의 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쳐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모씨의 아내 E는 적극적으로 남편을 간병하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간병에 소홀해졌다. 결국 며느리 E를 대신해 이모씨의 홀어머니 F가 나섰는데, 간병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경제적 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F는 자신이 아들을 위해 지출한 부양료를 며느리 E에게 청구하려고 한다.

 

부부는 서로를 부양할 의무가 있고, 부모는 (비록 자녀가 성년이라 할지라도) 혼자 힘으로 생활이 불가능하다면 자녀를 부양할 의무가 있다. 그렇다면 아픈 이모씨를 부양할 사람은 아내인 E와 홀어머니 F 두 사람인 셈인데, 누가 이모씨를 부양할 우선적 의무를 지고 있을까?


법원은 아내 E가 1차적 부양의무, 홀어머니 F는 2차적(보충적) 부양의무를 가진다고 보았다. 부부의 부양의무는 혼인관계의 본질적 의무인 반면에, 부모가 성년의 자녀를 부양할 의무는 부모가 생활에 여유가 있을 때에 한하여 인정되는 보충적인 의무라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홀어머니 F는 본인이 지출한 부양료 중 일부를 며느리 E에게서 돌려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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