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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그리고 삶

일과 가정의 양립을 추구한다

고은정공 김광수 대표이사

무겁고 복잡한 기계와 씨름하며 늘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승강기인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여가, 일과 삶의 균형이다. 쉴 때 푹 쉬어야 일할 때 더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 각종 스포츠 활동으로 체력을 유지하기도 하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대기업에서는 동호회 활동이 권장되지만 규모가 작은 사업장에서는 이마저 쉽지 않다. 창업 후 가장 좋은 점을 시간의 용이함으로 꼽는 고은정공 김광수 대표에게서 승강기인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었다.

글. 위성은(자유기고가) 사진. 아프리카스튜디오, 고은정공 제공

신뢰와 성실로 이어온 창업의 길

김광수 대표이사는 승강기 업력으로 따지면 30년이 코앞, 현직 최고참 세대에 속한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후 LG엘리베이터(구 금성기전) 기계설비파트에서 10년간 근무했고 한국미쓰비시엘리베이터 설계파트에서도 10년간 일했다. 20년의 설계 노하우를 갖고 창업에 도전장을 낸 것은 2011년이었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그의 선택을 지켜보던 많은 선후배 동료들이 어려울 때 도움을 주었고 그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고은정공은 현대엘리베이터와 미쓰비시, 금영제너럴 등 승강기 업체에 디스브레이크와 시브를 가공, 납품하며 점차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는 신흥 중소기업이다. 주력제품은 엘리베이터용 시브와 사출기 형판 및 펌프 케이스, 베어링하우징과 밸브블록 등이며 샤프트류도 가공, 판매하고 있다. 김 대표는 설립 초기에 설계는 물론 현장 기술자 역할을 많이 했지만 지금은 경영에 집중하며 매출 신장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창업 후 만 7년을 꽉 채웠습니다. 통계에 의하면 2년 이상 사업자를 유지하는 비중이 적다고 하는데 요식업보다는 낫지만 제조업도 힘들죠. 비슷한 시기에 창업을 했다가 재취업한 동료들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해온 비결을 꼽자면 하나부터 열까지 제가 직접 했어요. 빗자루도 직접 들고, 작업자들과 똑같이 일했어요. 2년이 지난 후부터 직원을 채용해서 영업 업무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창업할 때는 처음부터 남을 고용할 생각을하지 말고 직접 해야 합니다. 회사 다닐 때의 마인드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해야 돼요. 업계가 크지 않아서 20년 넘게 일하면 서
로 알거든요. 적어도 믿고 함께 일할 만한 사람인지 아닌지 알게 되지요.”
반제품과 시브 가공 위주로 시작했던 고은정공은 이제 플랫폼 완제품도 납품할 만큼 성장했다.
직장인으로서는 설계 파트 한길만 걸었지만 승강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꿰고 있어야 하는만큼 특정 부품을 설계하는 일이 힘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창업으로 설치나 생산 등 현장직의 노고를 새로 배웠고, 자존심을 내려놓아야 하는 영업의 고충도 알게 됐다. 원가 계산을 하면서 경영 파트의 실무를 익혀두었고, 일본공장과 협력업체가 일하는 방식을 눈여겨봐둔 덕에 관계를 정립하는데 도움이 됐다.
“외국계 자본이 들어오면서 기술자들이 뿔뿔이 흩어지던 무렵, 한국미쓰비시 초창기 멤버로 합류해 일본의 공장을 많이 다녔어요. 메인 기업과 협력업체가 일하는 방식을 눈여겨보곤 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기술을 반영해서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있었는데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다들 기술만 배우니까요.”

품질은 기본, 안전장치 개발이 목표

김 대표는 노하우도 노하우지만 제품의 품질을 가장 앞세우는 원칙을 고수했다. 중국산 부품처럼 저렴할 수는 없지만 완제품 업체가 이를 사용해보고 차별점이 있으면 계속 사용하게 되고, 여기에 더해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면 승산이 있다. 다행히 설계 엔지니어로 일하면서부터 늘 원가 절감과 계산에 신경을 썼다. 또 늘 고수하던 가공방법이 아니라 좀 더 정확히, 빨리 할 수 있는 방법을 직접 프로그래밍하던 습관도 자산이 됐다. 누가 시켜서 하기 보다 스스로 플러스 알파의 노력을 기울였던 점이 결국 창업으로 이어진 셈이다.
매월 월급봉투가 보장되던 회사를 나와 불안정과 도전의 연속인 생활을 하지만 좋은 점도 많다. 스스로 대표인 만큼 회사의 스케줄과 개인 스케줄을 조율하면서 여가나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가족들도 이를 반긴단다.
“요즘도 큰 기업에서는 인포멀 그룹 활동이 활발하죠. 저도 등산이나 골프를 좋아해서 열심히 참여했고 틈틈이 여행도 다니고 했었습니다. 그래도 중요한 일정이 겹치면 가족 행사에 지장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걱정이 없습니다. 회사에 몸을 담고 있으면 개인의 생활은 제약받게 마련이죠. 사업을 하며 제일 좋은 것이 시간 컨트롤이에요. 원하기만 하면 밤에 일하고 낮에 운동을 할 수도 있으니까요. 저희 집이 인천신도시인데 공원이 좋아서 일주일에 서너 번씩 아내와 산책을 합니다. 처음엔 마지못해 나서더니 이제는 먼저 가자고 손을 잡아끄네요(웃음). 주말에는 주로 부부 동반 등산이나 모임에 가고 양양에서 군복무하는 아들의 면회도 갑니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주말이나 퇴근 후에는 일상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성취의 비결인 셈이다. 아무리 바빠도 하루 1시간은 가족과 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니 흔한 가장의 모습은 아니다. 더구나 둘째인 딸은 고교 2학년이어서 까칠(?)하기 이를 데 없단다. 그래도 아이가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의 이름을 기억하고 말을 건넨다니 ‘노력상’이라도 드려야 할 것 같다. 4인 모두의 가족여행은 당분간 어렵지만 아들이 휴가를 나오면 짧은 여행이라도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버지가 일은 일이고 가족은 가족대로 소중하다고 말씀하셨고, 저도 보고 배운지라 집에서는 제 생활보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합니다. 그래서 창업 후에 삶의 질이 높아진 면도 있고요. 앞으로 현업에 20년은 있을텐데 제가 개발한 안전장치를 공급하는 것이 1차 목표고요, 그리고 가족 같은 직원들이 여유롭게 생활하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회사 생활하면서도 제가 느낀 아쉬움 때문이죠. 일본에 갔을 때 머리가 하얗게 샌 직원들과 30~40년 같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부러웠어요. 기술자들을 잘 품어서 같이 가기 위해서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오래도록 머물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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