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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월간 EL-Safe
필자는 개성공단 기계설비 및 승강기시설 안전교육을 위해 두 차례 개성공단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 그 중 마지막 방문이었던 201410, 개성공업지구 북측 노동안전원 대상 150명의 설비안전 교육을 실시했던 날의 기억을 여기에 풀어 놓고자 한다글 조광현(한국승강기안전공단 서울북부지사장)

 

영화에서나 보던 검문소가 눈앞에

노동안전원 설비안전 교육, 남한으로 치면 공장장 교육을 위해 북으로 갈 채비를 했다. 현 노동조합 강덕호 사무처장도 승강기 및 에스컬레이터 안전교육을 담당하기 위해 함께 동행했다. 개성공단을 들어가기 위해서는 통일부에서 실시하는 사이버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북한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 주의해야 할 것 등에 관한 것을 숙지하였다. 자동차 트렁크에 남한의 철 지난 신문이 있어도 안 되고, 카메라 및 책도 당연히 금지된다.

통일부 교육을 마치고 이제 북한으로 들어가는 절차가 남았다. 현장에는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회에서 여러 기관 사람들이 파견을 나와 업무를 보고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차를 몰고 파주를 지나 판문점으로 들어갔다.

판문점에 가기 위해서 지나야 하는 통일대교 검문소가 보였다.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이 눈앞에 나타나니 실감이 나지 않았다. 생각보다 너무나 가까운 북한.

검문소에는 개성공단에 근무하는 남한 근로자들이 북한으로 들어가기 위해 검문을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대부분 차를 가지고 가기 때문에 2시간 동안 검문을 받았다. 미국 들어가는 것보다 더 힘들었던 기억이다.

 

친근하게 다가와 먼저 인사 건네던 북한 관리자

개성공단에는 유해위험기계기구 약 800, 승강기가 100여 대 정도 설치가 되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필자는 개성공단의 설비에 대한 안전 교육을 담당했기 때문에 강의 교안도 사전에 검열을 받았다. 교안에는 영어가 들어가면 안 된다.

 

에스컬레이터(Escalator) 사람을 나르는 계단

엘리베이터(Elevator) 사람을 나르는 틀

 

힘들게 검문소를 통과하고 개성공단으로 향하니 낯선 풍경들이 눈앞을 스쳐갔다. 작고 까만 얼굴의 초병, 나무가 없는 민둥산, 그리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배구를 하고 있는 맨발의 개성공단 근로자들도 눈에 띄었다. 남한도 점심시간이면 산업현장에서 족구를 하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는데 개성공단 근로자들 역시 배구를 하며 그들의 휴식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관리위원회에 도착하여 차 한 잔을 마시고 나니 강의 시간이 다 되었다. 북한에서는 노동자 대상의 이런 안전 강의가 처음이라고 한다. 개성공단에 근무하는 북한 근로자는 약 5만 명, 이들은 현물로 급여를 받는다. 우리나라 근로자 급여의 10분의 1 정도로 북한에서는 개성공단 근로자가 괜찮은 직업이라고 한다. 멀리 평양에서도 새벽 버스를 타고 개성공단으로 온다고 했다.

강의장에 북한 근로자 대표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역시나 까만 얼굴에 근로자 특유의 땀 냄새가 몸에 배어 있었다. 강의장 앞에는 북한 관리자가 교육생들을 관리하고 있었는데 선뜻 말 붙이기도 뭐해 앉아 있으니 북한 관리자가 먼저 와서 말을 건넨다. “남측에서 큰일이 발생했다지요?” 필자가 머뭇거리자 남측에 큰 배가 가라않았다고 들었다고 한다. 당시 세월호 침몰사고가 있던 후라 그 나름의 위로의 말이었다.

 

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눈에 선한 얼굴들

본격적으로 강의가 시작됐다. 강단 앞쪽에는 북한 관리감독자가 앉아 강의 내용을 모니터링했다. 강의가 계속 진행되는데 교육생들은 무표정, 반응이 없었다. 강의를 시작한 지 약 30분이 지나자 개성공단관리위원회 직원이 살며시 불렀다. 북한에는 없는 산업안전보건법을 교육생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강의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강의를 위해 받았던 자료에는 산업안전보건법이 나와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것은 북한에 적용하기 위해 우리 측에서 만든 자료였다. 그러나 여전히 무표정에 반응은 없었다.

이제 마지막 슬라이드, 전신주에 감전 사고를 당한 동료를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인공호흡을 실시하는 장면이 담긴 사진을 띄웠다. 다른 생산라인 직원의 어려움이나 위험한 것을 발견하면 내 작업장이 아니라고 지나치지 말고 같은 개성공단에서 근무하는 북한 근로자의 안전을 다 함께 서로 도와 지켜나가자는 내용으로 마무리는 하였다. 마무리를 하고 인사를 하는데 박수가 터져 나왔다. 강의 도중 무표정했던 근로자들이 박수를 친 것이 다. 어리둥절 인사를 하고 내려왔는데 개성공단관리위원회 직원이 강사가 박수를 받은 것은 처음이라고 전한다.

강의가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자 믹스커피를 먹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섰다. 강의를 마치고 점심을 먹고 난 후 개성공단 사업장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다시 들어올 때와 똑같은 절차를 거쳐 남한으로 들어왔다. 긴장이 풀려 서인지 매우 피곤했다. 나중에 강의내용을 모니터링 해보니 나도 인지하지 못했던 말투와 행동이 눈에 보였다. 당시 함께 갔던 동료가 조마조마했다고 하니 그들의 무표정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20162, 개성공단 사업이 전면 중단됐고, 강의를 다녀온 지도 5년이 흘렀다. 그러나 그곳의 풍경, 열심히 일하던 북한 근로자, 반갑게 인사하던 사람들이 여전히 눈에 선하다. 하루 빨리 개성공단이 재가동되어 서로가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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